당근 유치원 / 안녕달 그림책 / 창비
‘이거 너무 시선이 과하게 따듯한 거 아냐??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 모든 선생님들에겐 존경과 찬사를 보냅니다.’ 실제로 유치원에서 겪었을 사연?을 모티브로 한 것 같은 안녕달 작가의 그림책 당근 유치원 분석 리뷰. 이번에도 스포일링 때문에 줄거리는 생략하고 느낀 점들을 정리해 본다.
내용에 있어서의 교훈적인 부분
이번에도 교훈을 주는 스토리나 연출은 없었다. 다만 아이들을 위한 교훈이 아닌 어른들을 위한 교훈이 심의에 담겨져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아니 교훈이라기보다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다시 생각해 보게 하는 소재를 선택하는 것 같다.
이번 그림책에서의 모티브는 “아아아아 싫어! 집에 안 가. 난 선생님이랑 결혼해서 맨날맨날 같이 놀거야!”로 보인다.
모든 아이들 까지는 아니겠으나 당근 유치원에 다니는 그 빨간 아이의 시선에서 결혼은 나에게 신경을 써주고 함께 놀아주고 칭찬해 주는 그런 사람이라는 의미이다. 하지만 반대로 어른의 시선에선 “쟤 왜 저래?”라든지 “왜 이렇게 떼를 써!”, “버릇이 없네, 집에서 가정 교육을 어떻게 받았길래..” 등의 선입견을 갖기 마련이다. 하지만 당근 유치원에서는 그런 어른들이 없다. 오히려 그런 아이를 두고 우리 아이도 그런 적이 있었다는 듯 공감의 미소만 보여줄 뿐이다.
여기에 더해 유치원 교사들의 수고스러움과 엄마들의 힘든 육아생활까지도 꽤나 리얼하게 표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을 사랑스럽게 그렸다. 이 지점에서 난 처음으로 안녕달 작가의 당근 유치원이라는 작품이 불만족스러운 작품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세상의 문제를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 따듯해도 너무 과하게 따듯한 거 아닌 가 싶은 것이다.
화풍과 연출
이번 당근 유치원에서는 파스텔 톤까지는 아니지만 색연필(혹은 오일 파스텔) 일러스트 작업 고유의 톤을 보여주고 주인공 아이의 튀는 혹은 까칠한 성격을 다른 아이들과 대비시키기 위해 빨간 색으로 연출하고 있다.
도서의 사이즈는 세로 29cm 가로 26cm의 거의 정방 형태의 프레임으로 그 전에 보았던 그림책들보다 큰데 그런 이유로 이전 작업들과 다르게 색을 좀 더 분명하게 사용했고 배경도 꽉 채운 연출을 한 것으로 보인다.
숲속 유치원을 배경으로 하고 있고 등장하는 캐릭터들도 곰 선생님, 다람쥐 원장님, 여우 선생님, 고양이 선생님 등으로 구분하고 있는데, 모두 비슷하게 생긴 토끼 가족들을 학부형과 아이들로 설정한 데 비해 유치원을 구성하는 등장인물들은 모두 다른 동물 캐릭터로 설정했다. 이 부분에서 이 그림책의 주인공은 아이가 아니라 유치원 선생님. 좀 더 분명하게는 육아, 보육을 하는 ‘여자 선생님’이라는 점을 추측해 볼 수 있으며 주인공인 ‘곰 선생님’은 아마도 동물 캐릭터의 고유한 상징적 의미에서 맘씨 좋고 덩치도 좋은 성격의 누군가를 모티브로 했을 가능성이 있다.
아쉬운 점
연출이나 화풍에서의 아쉬운 점은 없다. 또한 발행정보도 뒤에 있어서 전체적인 편집 구성도 좋았다. 그렇지만 앞에서도 언급했듯 작가의 시선이 따듯해도 너무 따듯하다.
결론
아이들이 모두 하교하고 발표회 준비 때문에 달과 별이 뜨도록 잔업을 한 뒤에야 퇴근을 하는 선생님들의 일상이 그려진 뒤 오늘 있었던 그 빨간 토끼 아이의 상황이 떠올라 ‘푸핫’하고 웃음을 터뜨리는 곰 선생님의 장면까지도 따듯하게 그린 것을 도무지 납득하기 어려웠다. 이 그림책을 3일 전 쯤 읽었으나 도무지 기록으로 남길만한 가치가 보이지 않았을 정도였다. 그러다 우연히 유투브로 철학자 강신주님의 ‘누가 일을 힘들게 만들었나’라는 강연을 듣게 됐다. 진정한 사랑은 대상을 아끼는 것이고 그 아낌을 행동으로 보여주기 위해 기꺼이 그 사람이 알든 모르든 일을, 수고를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가치를 염두에 두고 곰 선생님을 다시 생각해보니 곰 선생님이 아니 이 그림책을 그린 안녕달 작가의 시선이 조금이나마 이해되기 시작했다.
내가 하고 있는 일도 교육과 관련된 일이며 상대하는 거의 99.9%의 사람들이 여성이기 때문에 육아나 보육에 대해 주워듣게 되는 정보들이 있다. 아이들을 키운다는 건 부모로서든 교사로서든 너무너무 어렵고 힘든 일이다. 이것은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함께 이해하고 함께 노력해야 하는 일이다. 그래서 어쩌면 당근 유치원은 그림책이라는 판타지로 위장한 육아와 보육에 대한 불편한 진실을 담은 작품일 수 있고 동시에 아낌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작품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결론은 언젠가 나도 아빠가 된다면... 아니... 이런 다짐은 관두자. ‘세상의 모든 선생님들에게 존경과 찬사를 보냅니다.’ 라고 정리한다.
책 정보
글, 그림 / 안녕달
발행연도 / 2020년 5월 22일
펴낸 이 / 강일우
펴낸 곳 / (주)창비
페이지 수 / 표지포함 약 54페이지 정도
가격 /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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