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 안녕달 그림책 / 창비
만남, 이별 그리고 다시 만남. 안녕달 작가의 장편(長篇) 그림책 안녕 분석 리뷰. 이번에도 스포일링 때문에 줄거리는 생략하고 느낀 점들을 정리해 본다.
내용에 있어서의 교훈적인 부분
안녕달 작가의 작품들은 역시 어른들을 위한 성인동화라고 봐야겠다. 이번 주제... 아니 혹은 소재는 자신의 필명인 ‘안녕’이라는 단어가 모티브가 된 것으로 보인다. 우리말 안녕에는 두 가지의 의미가 있다. 물론 음의 톤이나 길이, 상황 즉, 짧게 발음하느냐, 길게 발음하느냐 등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진다.
이 작품은 안녕의 두 가지 혹은 그 이상의 의미를 독특한 상상력을 발휘하여 표현한 그림책으로 한 장면으로 요약한다면 발행정보가 나와 있는 마지막 페이지의 작은 네 컷 그림이다. 만나서 반갑고 함께하는 동안 정말 행복했으며 이별은 항상 아쉽고 슬프다. 그렇지만 안녕달 작가는 늘 희망을 말한다.
화풍과 연출
이번 작품은 수채화와 수채화용 색연필을 위주로 작업한 것으로 보이고 전체적인 구성은 4개의 서로 연관된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는데 시간 순서대로의 배치는 아니니 앞장과 뒷장을 왔다갔다 보는 것도 괜찮다. 그리고 색의 연출보다는 화면의 구성과 캐릭터의 설정, 세계관의 설정에 있어 독특함을 엿볼 수 있다. 특히 지구가 아닌 별이라는 설정과 그곳에 사는 다양한 생물체들은 지구가 아니지만 지구에 존재하는 것들이 의인화되어 있다.
소시지(sausage) 모자(母子), 지구 강아지와 화성의 세 눈 고양이, 시끄러운 찻주전자와 찻잔 가족, 오래된 구식 다이얼 수화기와 전화기 노인들, 시곗바늘이 달려있는 탁상용 자명종 시계, 단추 꼬맹이들, 포크 가족, 크레용 아이들, 콜라병 아가씨와 정체가 좀 모호한 노란 알맹이 아이들, 개구쟁이 초콜릿들과 농성 중인 일회용 컵 캐릭터들, 딸기와 바나나 우유팩 친구들, 찰떡같이 붙어있는 초록과 주황의 젤리 연인들, 몽당연필 가족들과 심지가 달린 폭탄 아기들, 방화복을 입은 불씨, 조개 인어들 그리고 영혼 치유사 역할을 하는 거미인지 지네인지 좀 애매한 곤충 캐릭터까지 다양하게 등장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혹은 웃픈 점은 이 캐릭터들이 우리가 지금 살아가고 있는 현시대의 비인간성을 서로 아무렇지 않게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위의 다양한 잡동사니 같은 캐릭터들은 지구에서 데려온 강아지들이나 화성에서 데려온 고양이들을 숍(shop)에서 사고 안 팔리는 생물들은 버려진다. 이 밖에도 괴롭힘에 관한 문제나 왕따 문제, 고독의 문제, 자본주의의 폐해 같은 문제들이 블랙 코미디처럼 은연중에 담겨져 있다.
특히 소시지 캐릭터가 음식 소시지를 먹으며 캐릭터 소시지 아이를 낳고 소시지 응가를 싸는 설정은 안녕달 작가가 참 무서운 사람이구나 싶었다.
아쉬운 점
아쉬운 점은 없었다. 모든 것이 좋았다. 다만 굳이 하나를 적자면 이전 작품들에 비해 눈에 띄는 색 연출이 없는 것 같기는 하다. 하지만 여백 연출이 좋아서 흠이랄 건 사실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결론
안녕달 작가의 안녕. 이 작품은 인생은 우주를 떠도는 여행 같은 것이며 언젠가는 다시 만날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희망의 메시지인 동시에 현시대의 아픔을 풍자하는 웃픈 그림책이다. 조화(造化)될 것 같지 않는 이 행복과 불행의 충돌이 잘 와닿지 않는다면 ‘안녕’이라는 단어를 다시 한 번 떠올려 보시라. 만나서 반갑고 함께하는 동안 정말 행복했으며 이별은 항상 아쉽고 슬프지만 또 다른 인사(人事)가 늘 기다리고 있다.
이 작품을 마지막으로 이후로는 더 이상 그림책 리뷰는 안 할 것 같지만 일단은 영화 트루먼 쇼의 마지막 대사로 글을 마무리한다.
“못 볼지도 모르니 미리 말해 두죠. 굿 애프터눈, 굿 이브닝, 굿 나잇”
책 정보
글, 그림 / 안녕달
발행연도 / 2018년 7월 20일
펴낸 이 / 강일우
펴낸 곳 / (주)창비
페이지 수 / 표지포함 약 260페이지 정도
가격 / 2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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