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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리뷰

수박 수영장 / 안녕달 그림책 / 창비

수박 수영장 / 안녕달 그림책 / 창비


마치 소복소복 눈이 쌓인 한겨울의 소소한 행복들을 한여름으로 옮겨온 것 같은 안녕달 작가의 그림책 수박 수영장 분석 리뷰. 원래도 스포일링이 될 수 있어 줄거리 소개는 생략해 왔는데 이번에는 딱히 스토리랄 게 없는 한여름 밤의 꿈과 같은 묘한 행복감을 주는 소소한 상상력들이 담겨져 있어 설정과 분위기 위주의 감상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내용에 있어서의 교훈적인 부분

저번 할머니의 여름휴가 리뷰에서도 짧게 밝혔듯 안녕달 작가의 이야기 연출에 있어 주제 혹은 소재를 다루는 방식은 어쩌면 웃프거나, 슬프거나, 난감한 상황들을 독자들로 하여금 따듯한 시선에서 공감, 교감되도록 표현하는 능력의 탁월함으로 보인다.

이번 수박 수영장에서는 굳이 교훈적이랄 건 없지만 아마도 이야기의 모티브가 된 그리고 주제가 된 한 장면을 꼽으라면 마지막 장의 그림과 글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괜찮아요. 수박 수영장은 내년에 또 열릴 테니까요.”

가족 모두가 함께 모여 수박 화채를 흰 속살이 보이도록 박박 긁어 먹은 뒤의 뭔가 알 듯 모를 듯한 아쉬움과 허전함의 감정이 짧은 글과 그림으로 표현되어 있다.


화풍과 연출

누군가는 이 한 장면을 유년시절의 막연한 그리움 한 조각 기억으로 느꼈을 테지만 나에겐 먹은 사람의 이미지 묘사는 생략하고 다 먹은 수박의 빈 껍질과 함께 이리저리 널부러진 수박씨들과 숟가락들만 작은 밥상 위에 덩그러니 남게 한 연출이 주는 느낌이 남다르게 다가왔다.

이 그림책에서의 수박 수영장이라는 표현은 결국 남녀노소 가족들이 다함께 옹기종기 동그랗게 둘러앉아 사각사각, 서걱서걱 숟가락으로 시원한 수박을 나눠먹는 유대감 파티 같은 것일 것이다.

수박의 성질은 놀랍게도 눈과 비슷해서 거대한 수박 수영장에서의 수영은 수박 샤베트를 떠올리게 하고 수박사람은 눈사람과 대응되며 커다란 수박의 잎줄기를 따라 미끄러지듯 다이빙을 하는 장면은 놀이공원의 그것을 떠올리게 한다. 이렇게 한겨울의 이미지와 한여름의 이미지를 서로 대응되도록 연출한 발상과 시선, 상상력이 참 신선하고 재미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렇게 신선한 발상의 이야기로 끝나는 가 싶은 순간, 안녕달 작가는 해가 졌으니 집으로 돌아가야 할 때와 내년에 다시 찾아올 때가 있다고 넌지시 본심을 꺼낸다.

이 그림책의 화풍 역시 부드러운 파스텔 톤의 색연필(혹은 오일 파스텔) 일러스트 작업으로 과한 색이나 묘사가 없다.

도서의 비율은 A4사이즈 보다 약간 작은 세로로 긴 형태의 프레임이고 수박 고유의 색인 초록색과 빨간색, 검정색들이 사람들의 피부색들과 어우러져 대비와 조화효과가 잘 드러난다.

동네 아이들이 빨래를 너는 아주머니와 거대한 수박 틈 사이를 헤치고 수박 수영장을 향해 달려가는 장면들의 묘사는 아주 좋았고 구름 장수의 등장이 개인적으론 특히 더 좋았는데 아이들이나 보는 동화책이라고 해서 내러티브를 거의 무시하는 작품들을 보면 참 하나는 보고 둘은 볼 줄 모르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 또한 전에 애니메이션이나 학습만화 연출을 했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작품을 볼 때면 항상 이런 디테일한 설정의 중요성을 꼼꼼히 보는 편이다. (왜 구름장수의 역할이 필요한지는 그림책을 통해 보시면 이해된다.)

덧붙여 이전 작품들에서도 느낀 바이지만 남녀노소가 모두 등장한다는 점도 좋았다.


아쉬운 점

스토리나 연출, 화풍에서의 아쉬운 점은 이번에도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발행정보가 첫 페이지 왼편에 딱하고 붙어있어서 발행정보는 뒤로 보냈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다.


결론

이 그림책 역시 남녀노소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소재와 상상력이 그려져 있다. 다만 앞서 언급했듯 나에게 있어 마지막 장의 느낌은 좀 다르게 다가왔다. 내년에 또 우리 함께 수박을 먹을 테니까 너무 아쉬워하지 말자라는 감정보다는 오늘 함께 유대감을 공유한 누군가가 내년에는 곁에 없을 수 있으니 최선을 다해 현재의 그 시간과 감정을 나눠야 한다는 것이다.

누군가는 유년시절에 부모님과 수박화채를 맛있게 먹었을 것이고 또 우리의 부모님 또한 어린 시절 조부모님이 젊었을 때에 그리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함께 화채를 나눠먹을 누군가가 현재에 없다면 앞으로도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에게 있어 수박 수영장 마지막 장의 여백은 먼저 떠난 사람들, 먼저 떠난 반려동물들에 대한 추억을 그 빈 공간에 소환했다. 이번 안녕달 작가의 그림책 역시도 매우 훌륭한 스토리와 연출의 작품이었다.


책 정보

, 그림 / 안녕달

발행연도 / 2015727

펴낸 이 / 강일우

펴낸 곳 / ()창비

페이지 수 / 표지포함 약 58페이지 정도

가격 / 1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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