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대구여행 4 / 팔공산 케이블카 / 2021년 12월 2일 ~ 5일
작년에 회사 행사 겸 대구에 내려가서 어머니와 다녀왔던 묵은 여행 기록 정리 중.
이튿날 대구 동구에 있는 팔공산에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 아침 일찍 이동했다.
전에도 부모님과 남도 여행 갔을 때 케이블카를 타본 경험이 있어서 그다지 새롭거나 하진 않았고 현지에 계신 분들에게 관광지 추천을 받았을 때도 팔공산에 케이블카가 있긴 한데 별로 볼 거 없다고 하셨기 때문에 별 기대 없이 갔던 기억이 난다.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는 길은 한 겨울에 와서 그런지 황량하고 적막한 기분이 들었고 차갑고 날선 바람이 케이블카 안으로 들어와서 좀 추웠던 기억도 난다.
팔공산 케이블카 정상은 인근에서 오신 관광객들이나 등산객으로 보이는 어르신들이 좀 있었고 소원 바위란 곳엔 뭘로 붙였는진 모르겠는데 동전들이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껌 같지는 않았는데 암튼 껌 비스무리한 것으로 동전을 붙여 놓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바닥에도 바위에 붙어있다 떨어진 것으로 보이는 동전들이 처량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럴 땐 낭만으로라도 동전을 붙이는 게 기억에 남는 일이었을 테지만 그날은 왠지 소원 바위가 좀 불쌍해 보여서 그저 잘 있으라고 토닥여 주고만 말았다.
산 정상은 전망대와 식당 그리고 등산로로 이어지는 길들이 있었던 것 같고 어머니와 난 전망대에서 사진 몇 장을 찍고는 너무 추워서 식당으로 들어갔다.
식사를 하고 다음 장소로 갈까 아니면 차 만 한 잔하고 다음 지역으로 이동해서 식사를 할까 고민을 했는데 정상에 식당이 하나밖에 없는 곳이라면 어쩌면 음식이 맛있을 가능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다음 장소에서 식사를 하기로 하고 차만 마시기로 했다.
봄에 왔으면 좋았을 걸 하면서 따듯한 차 한 잔씩을 호호 불며 아쉬움과 함께 마신 뒤 다시 내려갔다.
그런데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가는 길에서 재미있는 일이 있었다.
어머니와 난 위에서부터 내려가는 중이었고 저 아래에선 엄마와 아이로 보이는 가족이 올라오고 있었는데 저 멀리서 “안녕~ 안녕~” 하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리고 있었다.
실눈을 하고선 자세히 보니 작은 아이가 우리 쪽을 보면서 열심히 손을 흔들면서 인사를 하고 있었다.
순간 난 어머니와 함께 열심히 손을 흔들면서 아이에게 큰소리로 인사를 건넸다. “안녕! 안녕!”
케이블카가 서로 짧게 스치며 지나는 순간 아이가 좋아하며 “엄마 엄마 아저씨가 인사 받아줬어요!” 라며 흥분된 톤으로 엄마에게 소리치며 좋아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거다!’
그때부터 어머니와 난 올라오는 케이블카의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며 큰 소리로 인사를 하기 시작했다.
“안녕~ 안녕하세요~ 반가워요~”
젊은 연인들, 중년 부부로 보이는 사람들, 아이와 함께 온 가족들까지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이 소박하고 작은 인사를 나누며 함께 즐거워했다.
산 정상에서가 아닌 산을 오르고 내려가는 과정에서 즐거움이 남는 한순간의 행복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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