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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기록 (travel record)

서유럽 4개국(이탈리아, 스위스, 프랑스, 영국) 패키지 여행 두 번째 기록

319일부터 27일까지 부모님과 함께 다녀온 서유럽 4개국(이탈리아, 스위스, 프랑스, 영국) 패키지 여행 두 번째 기록

 

여행을 다녀 온지 너무 오래됐다. 그동안 회사일이며 전시준비며 정신없이 시간이 지나가 버려서 사실 그 때 그 당시의 기억이 잘 안 난다. 대충 찍어온 사진들을 보며 기억을 더듬어 본다.

 

 

321일 목요일 아침.

 

사실 아침이 아니라 새벽이다.

패키지 여행이 처음이긴 하지만 새벽같이 일어나서 이곳저곳을 열심히 발품을 팔며 돌아다녀야 한다는 것을 익히 들어 알고 있긴 했지만 시차 때문에 밤에 잠도 잘 못 잤고 더 큰 문제는 화장실에서 큰 일 보기가 힘들다는 것...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겪는 거라고 한다. 아무튼 숙소에서 준비하고 나와서 밖을 좀 서성이다 호텔 마당에 묘한 감성을 일으키는 빈 화분과 가득 찬 화분을 발견하고선 한 컷!

 

아무리 큰 그릇이 있더라도 속에 흙이 없다면 아무것도 피울 수 없다는 멜랑꼴리한 깨달음을 얻은 아침이었다.

 

 

 

 

 

조식 후 콜로세움 외관을 관광했다.

 

알다시피 콜로세움은 로마에 있는 원경 경기장으로 어마어마하게 컸다. 원형 경기장 외벽에 난 구멍들은 철심들이 박혀있었다고 하는데 그 철심들은 성베드로 성당 건축을 위해 뽑혔다고 한다.

 

바로 옆에 있는 콘스탄티누스 개선문 주변엔 많은 사람들이 기념 사진들을 찍고 있었는데 유럽 패키지 여행이니 아시아 사람들만 가득하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많은 서양인들이 있었다. 특히 학생들이 많았는데 수학여행처럼 자주 찾는 곳인 것 같았다.

 

멀리서 본 외관의 웅장함도 대단했지만 사실 우리 가족의 눈길을 끈 건 카라칼라 사진이었다. 미술 전공을 한 사람들이라면 입시 때 지겹게 그렸던 석고상인지라 대학엘 들어가고 나서는 보통 쳐다도 안 보게 되는데 이십여 년이 지난 뒤 본고장에서 보니 의외로 반가웠다. 부모님과 함께 역시 사진으로 감상을 남긴다.

 

 

 

 

 

 

 

 

 

 

 

 

 

 

 

 

 

 

그 뒤로 이동한 곳은 고대 로마의 정치, 상업, 법률의 중심지 역할을 했다는 포로 로마노.

 

스치듯 흘려 보면 그냥 폐허인가보다 했겠지만 찬찬히 살펴보면 생각보다 거대한 건축물들과 더불어 잘 정리된 흔적들이 보여 번성했던 옛 도시의 영광을 느낄 수 있다. 여전히 발굴과 복원 작업이 계속 진행 중이라고 한다.

 

 

 

 

 

 

 

 

 

그 다음 이동한 곳은 캄피돌리오 광장과 아라코엘리 성당의 계단.

 

캄피돌리오 광장은 미켈란젤로가 설계했다는 것 외에도 이 광장의 코르도나타 계단이 유명한데 그 이유는 높은 계단을 아래에서 올려다보면 윗부분이 좁아지면서 잘 보이지 않아야 하는데 미켈란젤로는 일부러 위로 올라갈수록 오히려 폭을 넓게 만들어서 별로 차이가 나지 않게 보이는 착시 효과가 유명하다고 한다.

 

길을 따라 걸으며 본 베네치아 광장 정면의 웅장함과 화려함은 오히려 별로 감흥이 없었는데 근처에 있는 산타 마리아 인 아라코엘리 성당에 얽힌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아라코엘리는 하늘 위에란 뜻으로 이 성당으로 오르는 124개의 계단을 무릎을 꿇고서 끝까지 올라가면 복권에 당첨된다는 전설이 있다고 하는데 무릎으로 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 다음 장소는 트레비 분수.

 

로마의 휴일로 유명한 장소인데 분명히 어릴 적에 본 것 같긴 한데 내용은 기억이 안 나고 오드리 헵번만 기억에 남는다. 트레비 분수는 굉장히 아름다운 곳인지라 온갖 사람들이 북적였는데 인솔자 분이 지갑이 가장 잘 털리는 곳이라고 하도 주의를 줘서 긴장하면서 사진도 찍고 구경하느라 충분히 감상에 젖긴 힘들었다.

 

트레비 분수 곳곳에는 동전을 던지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1번 던지면 로마에 다시 올 수 있고 2번 던지면 사랑이 이뤄지고 3번 던지면 연인과 헤어진다는 속설이 있다고 한다. 동전은 정기적으로 수거를 해서 분수관리에 쓰인다고 했었나.. 불우이웃을 위해 쓰인다고 했었나.. 암튼 뭐 그랬었던 것 같다. 그리고 이 근방에서 파는 아이스크림은 진짜 정말정말정말 맛있다. 개인적으론 딸기맛이 최고~!!

 

 

 

 

 

 

 

 

 

 

 

 

그 다음으로 이동한 곳은 스페인 광장이다.

 

이탈리아의 명동이라고 인솔자분이 소개를 했는데 말 그대로 동서양,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사람이 엄청 많았다. 주변에 있는 명품점들과 더불어 원래는 광장의 본래 이름이 있었는데 기억은 안 나고 다만 그곳엔 스페인 대사관이 있고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오드리 헵번이 걸어 내려왔던 장소로 유명해져 지금은 스페인 광장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고 한다.

 

이 계단에서는 대사관 영역으로 음식물 취식이 절대 금지로 되어 있고 수시로 순찰을 도는데 당 떨어졌다고 계단에 앉아 초코바라도 하나 먹었다가는 경찰같은 분들이 그 자리에서 정색을 하면서 벌금을 내라고 한다. 패키지에 같이 오신 다른 여행객 여자분들이 딱 걸렸는데 부모님과 나도 초코바 하나 먹으려다 그 모습을 보고 주머니에 재빨리 다시 숨겼던 기억이 난다.

 

 

 

 

 

 

 

 

 

 

그 다음으로 찾은 곳은 판테온 신전이다.

 

판테온은 모든 신들에게 바쳐진 신전이라는 의미라고 하는데 그 의미보다는 가장 완벽한 돔 형태의 건축양식의 기술력 때문에 유명하다. 높이와 너비 모두 약 44미터 정도 되는 이 건축물의 내부에는 기둥이 하나도 없어서 거대한 원통의 모습을 하고 있는데 앞서 콜로세움 앞에서 카라칼라의 사진을 봤다면 이 건축물 역시 마르쿠스 아그리파라는 집정관이 세웠다고 한다.

 

아그리파 역시 미대 입시를 위해 지겹게 그리는 기본 석고 중의 하나이다. 판테온 신전 외벽의 거대한 기둥들이나 밖의 분수대 등에 있는 오벨리스크 등은 이집트에서 그대로 가져와서 지었다고 했던 것 같은데 기억이 정확치는 않다.

 

 

 

 

 

 

 

 

 

 

 

 

 

 

 

 

 

 

 

 

 

 

 

 

 

 

 

 

그 뒤 간 곳은 바티칸 박물관과 성 베드로 성당!!

 

세계에서 가장 작은 독립국이라 불리는 바티칸 시국으로 향했다. 마찬가지로 인파가 어마어마하다. 곳곳에 관광객들이 있었는데 수학여행을 온 학생들인지 여인과 천사의 석상 앞에서 그 모양 그대로 포즈를 취하면서 기념 사진을 찍는 모습이 너무 재미있어 한 컷 남겼다.

 

 

 

 

 

 

 

 

 

 

 

 

 

 

 

 

 

 

 

 

 

 

 

 

 

 

 

 

 

말로만 듣던 성 베드로 성당은 실로 엄청난 규모의 예술 작품들의 집합체였다.

 

안의 미술작품도 작품이지만 세계에서 가장 큰 성당이라는 말답게 성 베드로 성당의 건축 그 자체가 예술이었다. 웅장한 거룩함이랄까... 딱 그런 느낌이었다. 내부는 약간 어두운 느낌으로 짙은 갈색과 금색, 회색 등이 곳곳에 균형적으로 조화롭게 배치되어 있다. 20대의 나이에 제작했다는 천재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상도 그렇고 37세 때 완성했다는 시스티나 성당의 천지창조 벽화는 그야말로 압권이었다. 게다가 20여년이 지나 61세 때 그리기 시작했다는 최후의 심판까지!!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아쉽게도 사진으로 담아올 순 없었지만 특히 천지창조는 그야말로 어마어마했고 한 사람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거대한 천재의 작품 앞에 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전에는 막연하게나마 미켈란젤로보다는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좋아했었는데 미켈란젤로의 작품을 본 순간 모든 것이 변했다. 오늘부터 내가 마음속으로 인정하는 진정한 천재는 미켈란젤로이다!!!라고 그리고 어린 시절 교과서에서만 봐왔던 것들이 실제로 실재하고 있었다는 것을 온몸으로 체험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어느 덧 집합 시간이 다가왔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계신다는 출입금지 지역을 지나 거대한 문 밖을 나서자 어느 새 해가 지고 있었고 넓게 펼쳐진 성 베드로 광장이 한 눈에 들어왔다. 뭔가 엄청난 걸 봤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당 안에 있을 땐 예술가로서 그리고 기독교인으로서 무언가 알 수 없는 묵직한 압도감에 한없이 작아지는 느낌이었지만 밖으로 나와 푸른 하늘과 탁 트인 광장을 보면서 한결 기분이 나아졌다. 작가로서나 사람으로서나 앞으로 해야 할 숙제와 방향이 어렴풋하게나마 머릿속에 그리고 마음속에 그려지는 경험이었다.

 

그리고... 한국말로 싸요싸요를 말하면서 스카프나 에펠탑 모형을 팔거나 우정 팔찌를 파는 흑인들이 밖에 참 많았다.

 

 

 

집합 장소로 돌아오는 길

산탄젤로 성을 뒤로하고 성 천사의 다리라고 불리는 다리를 건너며 풍광을 사진으로 남겼다. 다리 좌우로 천사 상들이 조각되어 있고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많이들 건너는 다리이다. 날도 좋고 감상도 좋은 그런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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