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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진 (illustration)

오늘 일기

오늘 일기




오늘 뭐 했나 곰곰이 생각해보니 오전에 전시계획서 작업해서 하나 보냈고 그 뒤엔 어무이와 내 전시 홍보글 만들어서 올렸고.. 중간에 아무렇게나 복도에 놓여진 택배 여섯 박스를 201호와 202호에 나눠서 넣어뒸고.. 그 사이 내년도 전시참가 안내 메일이 와서 미리 스게줄표에 정리해서 내용을 옮겨뒀고.. 원래 그림 그리려고 사무실에 나왔던지라  억지로 붓을 잡긴 했는데 급피곤해져서 두 시간도 못 앉아 있었던 것 같다. 아무튼..! 별로 한 것도 없이 피곤해져서 4시 반쯤 사무실을 나섰다.

곧바로 집으로 가진 않고 어무이가 감기 기운이 있으시다고 하셔서 저녁을 차리지 못 하시게 간단하게 때울 요량으로 햄버거를 세 개를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담배 한 대 피러 잠시 뒷 마당에 나갔는데 전에 봤던 길고양이 녀석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다시 집으로 들어가서 전에 미리 사둔 고양이 사료와 물을 챙겨준 뒤 경계하지 말고 편하게 먹으라고 좀 떨어져 앉아서 담배를 피우면서 녀석이랑 대화를 시도한다.

"미안하지만 햄버거는 줄 수 없어 우리 식구 저녁이거든."

"너 좀 배가 나온 것 같은데 혹시 임신한 거니?"

"예전에 여기로 밥 먹으러 오는 모자냥이 있었는데 못 본 지 몇 달 되었거든."

"왠지 혼자 떠드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긴 하는데.. 암튼 반가웠고 밥 잘 챙겨먹고 다녀라. 다음에 보면 입 꼭 다물고 똥그란 눈으로 쳐다만 보지 말고 먼저 살갑게 인사도 좀 하고 그래. 알간?"

지금은 샤워하고 침대에 누워서 글 끄적이는 중인데 천국이 따로 없다.

오늘 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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