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구트 꿈 백화점 / 이미예 장편소설 / 팩토리나인
원래는 그림을 그리려고 사무실에 나왔는데... 목요일에 주문한 책이 도착해서 따듯한 커피 한 잔을 준비한 뒤 실로 오랜만에 책장을 넘겼다.
1, 2권 합본이라고 하더니만 생각보다 두꺼워서 이거 나눠서 읽어야 하나... 주말밖엔 그림 그릴 시간이 없는데 일단 낮에는 그림을 그리고 책은 자기 전에 읽을까... 잠시 고민하다가 그냥 맘먹었을 때 보자, 집에 가면 책장이 더 무거워져 있을 거란 생각에 무작정 책장을 넘겼는데... 와... 단번에 쭉 다 읽어 내려갈 수밖에 없었을 만큼 매력적이고 흥미로운 이야기가 가득한 좋은 책이었다.
책을 읽고 난 뒤에 든 감정은...(생각 보다는 감정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책이다.) 부드럽고 달콤한 코코아 같은 혹은 달콤쌉사름 한 맛의 초콜릿 같은 또 어떨 때는 은근하게 매운 양파 같기도 한 다양한 맛과 향기의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잠들어야만 갈 수 있는 마을 드림 타운. 시간의 신과 세 제자의 이야기 전설을 배경으로 꿈제작자란 직업군과 그 꿈들을 판매하는 백화점 사람들 그리고 현실과 꿈 사이를 오가며 살아가는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과 동물들의 이야기.
극단적으로, 억지로 감정을 자극하는 내용이 없는데도 잠과 꿈을 소재로 다양한 현실의 이야기들이 조화롭고 흥미롭게 전개된다.
그 중에서도 난 1부 6장의 ‘이달의 베스트셀러’와 9장의 ‘익명의 손님께서 당신에게 보낸 꿈’ 편이 가장 여운이 남는다.
1부 6장의 이야기에서는 4인 가족과 노령견의 꿈 이야기가 그리고 9장의 이야기에서는 먼저 세상을 떠난 사람이 남은 사람들을 위해 선물하는 꿈 이야기가 내 마음을 흔들었다.
이 책을 이미 읽었거나 앞으로 읽게 되실 분들은 알게 되실 테지만 동물을 비롯해서 어린아이, 노인들까지 현재를 살아가는 다양한 종과 세대의 이야기가 잘 버무려져 있다.
나도 오랫동안 키우던 개가 수명이 다해 떠났던 슬픈 기억이 있고 또 남동생이나 할머니, 외할머니께서 먼저 하늘나라로 가시면서 경험하게 된 또 다른 슬픔 혹은 그리움 같은 애절함의 감정들이 있었기에 충분히 공감이 되는 이야기였다. (눈물과 콧물을 훌쩍이며 읽어 내려갔다.)
이밖에도 이제 막 졸업해서 직업을 구하는 주인공 페니나 군대에 다시 가는 군필자들의 꿈(으악!!), 직장에서 무미건조한 일상을 살아가다 짝사랑의 감정을 갖게 되는 청년들, 선천적 혹은 후천적으로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꿈, 이십대 후반이 되도록 무명생활을 하는 가수지망생, 삶의 의욕을 잃은 60대 여성 등 백화점을 찾는 손님들 모두 우리가 지금껏 현재를 살아오면서 직간접으로 경험하거나 만나봤을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예지몽, 트라우마, 루시드 드리머, 번아웃 같은 호기심 발동하는 단어들을 통해 꽤나 다양하고 탄탄한 상상력을 통해 소개된다.
언젠가 이 책을 읽을 누군가도 분명히 공감되는 ‘장’이 있을 거라 생각할 정도로 다양한 삶과 꿈이 등장하기에 나이와 성별을 불문하고 모든 이를 위한 힐링 책으로서 추천한다.
이 책의 핵심 구절은 이 두 줄의 문장으로 요약 할 수 있을 것 같다.
“모두들 잘 먹고, 잘 자고, 좋은 꿈 꾸십시다!”
“마음 편히 발 뻗고 푹 자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행복이다.”
추신 1. 개인적으로 이 소설은 예전에 내가 어릴 적 봤던 환상특급처럼 넷플릭스 같은데서 시리즈 드라마 물로 제작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추신 2. 여운 때문인지 그림 그리긴 틀렸고 술이나 한 잔 하고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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