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한끼
오랜만에 밥을 직접 해먹었다.
어무이께서 지난 주말 갑자기 급성청각상실증 증상으로 입원을 하셨는데 다행히 치료와 추가 검사 결과가 좋아서 내일 퇴원하신다.
회사에서 저녁 작업을 마친 뒤 집에 돌아오니 아홉시 정도 되었을까.. 라면이나 하나 먹을까 하다가 낮에 점심으로 짬뽕을 먹어서 대충 김치에다 밥이나 먹자고 생각하고 밥통을 열었는데 비어있었다.
밥통을 열면 늘 당연하게 밥이 있었기 때문에 문득 어무이의 빈자리가 격하게 와닿았다.
잠시 그냥 라면 먹을까 하다가 아부지가 새벽이든 아침이든 드실 밥이 없으면 그것도 좀 씁쓸하겠다 싶어서 그냥 밥을 짓기로 했다.
냉장고에 국거리 할만한 게 뭐가 있나 찾아보니 취나물처럼 생긴 녀석을 발견해서 된장국을 만들기로 했다.
쌀을 씻어 밥솥에 넣고 취사를 눌렀다.
쌀뜨물은 따로 냄비에 옮겨 담은 뒤 멸치 한 줌을 넣고 육수를 끓이기 시작했고 냉장고 채소통을 뒤져 나온 애호박 반절을 먹기 좋게 잘라뒀다.
밥이 되려면 30분이 걸려서 냉장고를 정리하다 나온 상한 음식들을 꺼내 음식물 쓰레기 봉투에 모두 담아 밖에 내놨다.
육수가 끓자 불을 좀 줄인 뒤 몇 분정도 좀 더 끓인 뒤 멸치를 건져냈다.
잔잔하게 보글보글 끓는 냄비에 된장 네 큰술과 다진 마늘 한 큰술을 넣었고 들깨가루 두 큰술을 풀어 넣어 휘휘 저은 뒤 간을 본다.
뭔가 살짝 아쉬운 맛이라 다시다 한 큰술을 슬쩍 넣고 다시 휘휘 저은 뒤 맛을 보니 흡족스럽다.
단단한 채소인 호박을 먼저 넣고 끓이다보니 어느덧 밥솥에서 밥이 다 되었다고 뜸을 들여달라는 신호를 보낸다.
이때 아까 씻어둔 취나물처럼 생긴 녀석을 마지막으로 국에 넣고 몇분 간을 좀 더 끓여 숨을 죽이고 그 사이 하얗게 잘 빠진 쌀밥을 보기 좋게 그릇에 담는다.
국도 어느덧 완성되어 구수하고 고소한 들깨 된장국 냄새가 식욕을 돋운다.
마침내 나는 맛있게 한끼를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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