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조건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그리고 몇 개월 뒤 9월경 은사이신 고경일 교수님께서 함께 세월호와 관련하여 함께 현수막 그림을 그릴 멤버들을 페북으로 모집하고 있었고 도저히 알 수 없는 그리고 참을 수 없는 감정에 이끌려 광장으로 나갔다.
사고의 유형은 달랐지만 나는 혈육을 잃었던 내 슬픔을 지고 그 자리에 나갔다. 유족분들과는 일면식도 없었고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몰랐던 나는 그저 고통과 슬픔을 함께 나눠질 생각밖엔 없었기에 미천하지만 내가 가진 그림이라는 재능으로 미약하나마 함께 그 아픔을 나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이 행위의 동기가 내가 남동생을 떠나보냈을 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는 무력감에서 온 것은 확실했고 그 사실 자체는 나 스스로의 자위라는 것도 분명하다. 그렇지만 그 현장에 찾아온 수많은 사람들. 땡볕아래 어린 아이들부터 어르신들까지 함께 색을 칠하고 서로의 땀을 닦아주며 물을 나누던 사람들은 나처럼 어떤 의미를, 속죄의식을 위해 찾아온 것이 아니라 단지 고통당하고 슬픔에 빠진 사람들을 위해 같은 사람으로서 무언가라도 돕기 위해 온 분들이었다.
그리고 2020년 4월 여전히 모진 말을 넘어서 막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걸 신념이라 주장하는 자가 있다.
하지만 난 그것이 신념이라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사람이라면, 인간이라면 나의 존엄만큼이나 타인의 존엄 또한 존중해야 마땅하다.
타인의 고통과 아픔, 슬픔에 공감하기는커녕 오히려 조롱하는 당신들을 도무지 같은 인간이라고 해석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다.
인간이라 부를 수 없는 자들이 국회의원이 된다는 것은 더더욱 상상할 수도 없고 절대로 그리 되어서도 안 되겠지만 혹시라도, 만약이라도 그리된다 해도 여전히 난 두 눈 부릅뜨고 그 날을 기억할 것이고 내가 가진 재능으로 행동할 것이다.
2014년 4월 16일의 참사 그리고 9월의 무더웠던 어느 날 우리는 그곳에 함께 있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그 날의 기억들을 사진과 글로 남기며 다시금 기억하겠다는 약속을 가슴깊이 되새긴다.
#세월호 #416 #인간조건 #진실은침몰하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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