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자의 어떤 기도
한동안 sns를 멀리했다.
간간이 올려놓은 짜장이 사진과 마지막 순간의 사진들까지 버젓이 올려져 있었기에 울컥하며 코끝이 시큰해져 서둘러 휴대폰을 닫기 일쑤였다. 좀 더 빡쎄게 일하면 되겠지 하고 생각했으나 일이 손에 잡히질 않았고 우울감만 더 깊어갔다.
적당히 조절하며 즐기던 한 잔의 술이 정도를 넘기 시작했고 입맛이 도통 없어 살이 좀 더 빠졌다. 생각하지 않기 위해 술을 마시면 내일이 힘들었고 내일이 힘들지 않기 위해 술을 마시지 않으면 잠을 잘 수 없었다.
녀석을 화장한 뒤엔 기분이라도 함께 있다고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서 집 뒷마당에 수목장을 해줬다. 그게 오히려 더 화근이었는지 집에 가는 게 너무너무 아프고 두려웠다. 며칠 전 취해서 쓰러져 자던 중 새벽에 갑자기 눈이 떠졌고 다 치워지고 없어진 그녀석의 집과 방석이 있던 자리에 누워 혹시라도 그 특유의 누린내가 남아있는지 킁킁대다 또 눈물이 핑 돌았고 숨죽여 울었다.
전처럼 이별이나 죽음 앞에 도망가지 않고 이겨낼 수 있는 나이와 경험이 생겼다고 생각했던 것은 착각인 듯 했다.
사무실에 혼자 앉아 우울한 음악을 들었고 우울한 영상을 찾아보았으며 끝도 없는 우울감에 온몸과 정신을 담갔다. 그래도 한동안은 내가 기독교인이라 여겼으며 하나님을 비롯한 신의 존재를 믿음을 통한 믿음으로써라도 받아들이고 있었으나 내 짧은 종교에 대한 지식과 생각은 도무지 존재의 탄생과 삶, 헛되거나 이른 죽음에 대해 납득할만한 설명을 해주진 못했다.
몸과 마음이 모두 지쳐갈 무렵 사무실에서 교재를 만들기 위해 공부를 하다 다차원에 대한 영상을 보게 되었는데 그 세계라면 내가 고차원의 존재를 인지하지 못하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며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을 포기하려는 순간 지푸라기 하나가 저 멀리 우주로부터 나타난 것이다. 꽉 막힌 생각에 지푸라기 빨대만한 구멍이 숨통을 트여줬다.
그러나 내가 집에 돌아가기 위해선 이것만으로 부족했다. 난 여전히 믿고 싶은 것을 믿기 위해 안간힘을 쓴 것뿐인 것이다.
이 땅에서의 태어남과 죽음이 천국이나 지옥 혹은 다차원의 세계로 가는 여정의 어떤 중요한 시공임을 확신해야만 내가 살 수 있는 것이었다. 여전히 난 왜 내가 이 세상을 그토록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야 하는 가에 대해 의문을 해결하지 못한 것이다.
지옥에 가지 않기 위해서? 혹은 천국에 가기 위해서? 혹은 신이라는 거대한 창조자에게 엎드리고 조아리는 보시기에 좋은 피조물로 간절히 인정받기 위해서?
난 여전히 신에게 그리고 나에게 질문하고 갈구한다. 왜 창조하신 겁니까? 이 땅에 왜 태어나게 하신 겁니까? 모든 것을 다 아시는 분이시며 모든 것을 계획하시는 분께서 인간들의 타락과 죄를 모르실리 없으실 텐데요. 저에게 세상은 고통입니다. 돌이켜 보건데 즐겁고 행복한 기억과 기분들은 항상 짧았고 늘, 대부분은 고통이었습니다.
깊은 고독과 우울 속에서 계속해서 질문해왔고 그래도 살아가다보면 언젠간 알게 되지 않을까 생각하며 견뎌온 시간들조차 한낱 정이든 반려견의 죽음 앞에선 무용지물인 것 같습니다. 차라리 주질 마시지 왜 저에게 오게 하셨습니까... 좀 더 좋은 주인을 만났으면 그녀석도 좋지 않았겠습니까... 왜 저처럼 무심하고 나약한 사람에게 생명을 보내주신 겁니까..
저는 욥의 믿음을 갖지도 못했고 그처럼 생각할 수도 없습니다. 사랑하는 가족들을 데려가시고서 몇 배나 되는 부와 식구들을 새로 주신다 해도 저는 그런 것들을 바라지 않습니다. 그저 살아가는 동안 서로가 서로를 사랑하고 아껴주길 바랄뿐입니다.
잠시나마 닮은 인형이라도 사서 집에 둘까 생각했었던 적도 있었지만 이내 누군가가 혹은 무엇인가가 그 빈자리를 대신 채운다는 것이 나에겐 짜장이에 대한 배신처럼 느껴졌다. 앞서 말했듯 난 욥이 될 수 없다.
하지만 동시에 생각에 지푸라기 빨대 구멍을 내주신 신께 감사하고 있다. 난 어디까지나 무에서 유가 만들어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모든 것에는 원인과 이유가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초월자로서의 존재를 믿는다. 다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가 우리가 말하는, 우리가 알고 있는 종교 속에 갇힌 존재는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 살아봐야겠다는 생각도 동시에 하게 되었다. 더 공부하고 더 알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다짐도 하고 있다.
시간이 약일 수도 있어 다시금 내가 생각을 정리할 수 있게 된 것일 수도 있겠으나 잠시나마 여동생의 도움으로 펑펑 울고 나니 기분이 한결 나아진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마음속으로부터 아끼는 사람들의 큰 사건사고가 나를 다시 현실의 세계로 이끌었다.
정신 차려라! 정신 차려라! 정신 차려라!
지금 그렇게 너만의 우울에 잠겨있을 때가 아니다. 어서 눈물을 훔치고 일어나 주변을 둘러보아라. 그리고 너의 손을 찾는 곳을 찾아라. 너는 네 생각보다 그렇게 열심히 산 게 아닐 수도 있다. 지금이 최악이 아닐지도 모르며 최고의 행복감과 만족감을 한낱 먼지 같은 과거에서 찾으려고도 하지 말라. 사랑을 아끼지 말고 표현을 멈추지 말라. 너는 네 생각보다 훨씬 더 괜찮은 삶을 살아갈지도 모른다. 그 기회를 내팽개치지 말라.
어쩌면 또다시 시작되는 막연한 미래에 대한 기대감일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의 이러한 생각은 어릴 때의 그 막연한 동경과 희망이라기보다는 살아온 나날들의 기억들과 감정들로 비롯된 미래의 확신이라고 생각한다.
죽음은 그 어느 누구도 대신 해줄 수 없지만 죽음 후엔 대신할 수 있는 것들이 생긴다는 것을 이제는 알고 있다. 하물며 살아서, 산자들이 산자들을 위해 그리고 새로이 태어날 산 존재들을 위해 준비할 수 있는 것들도 있지 않으랴.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그리고 과거의 고통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또 행복을, 사랑을 찾기 위해 결코 지지 않을 것입니다. 당신이란 존재를 전 여전히 궁금해 하고 있으며 난 당신이 있는 그 곳을 반드시 가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곳이 황금과 보석으로 꾸민 헛된 성이 아닌 황금과 보석처럼 빛나는 참 자유와 평화로 가득한 완벽한 순간이길 기도합니다. 소름끼치도록 아름답고 찬란한 그 순간이 오면 난 기꺼이 내가 짊어지고 살아온 짐들과 죄의식들을 내려놓을 수가 있을 것만 같습니다.
먼저 떠난 이들 앞에 부끄럽지 않기 위해 그리고 당신을 만나기 위해 지금 이 순간 기도하고 다짐합니다.
한동안 sns를 멀리했다.
간간이 올려놓은 짜장이 사진과 마지막 순간의 사진들까지 버젓이 올려져 있었기에 울컥하며 코끝이 시큰해져 서둘러 휴대폰을 닫기 일쑤였다. 좀 더 빡쎄게 일하면 되겠지 하고 생각했으나 일이 손에 잡히질 않았고 우울감만 더 깊어갔다.
적당히 조절하며 즐기던 한 잔의 술이 정도를 넘기 시작했고 입맛이 도통 없어 살이 좀 더 빠졌다. 생각하지 않기 위해 술을 마시면 내일이 힘들었고 내일이 힘들지 않기 위해 술을 마시지 않으면 잠을 잘 수 없었다.
녀석을 화장한 뒤엔 기분이라도 함께 있다고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서 집 뒷마당에 수목장을 해줬다. 그게 오히려 더 화근이었는지 집에 가는 게 너무너무 아프고 두려웠다. 며칠 전 취해서 쓰러져 자던 중 새벽에 갑자기 눈이 떠졌고 다 치워지고 없어진 그녀석의 집과 방석이 있던 자리에 누워 혹시라도 그 특유의 누린내가 남아있는지 킁킁대다 또 눈물이 핑 돌았고 숨죽여 울었다.
전처럼 이별이나 죽음 앞에 도망가지 않고 이겨낼 수 있는 나이와 경험이 생겼다고 생각했던 것은 착각인 듯 했다.
사무실에 혼자 앉아 우울한 음악을 들었고 우울한 영상을 찾아보았으며 끝도 없는 우울감에 온몸과 정신을 담갔다. 그래도 한동안은 내가 기독교인이라 여겼으며 하나님을 비롯한 신의 존재를 믿음을 통한 믿음으로써라도 받아들이고 있었으나 내 짧은 종교에 대한 지식과 생각은 도무지 존재의 탄생과 삶, 헛되거나 이른 죽음에 대해 납득할만한 설명을 해주진 못했다.
몸과 마음이 모두 지쳐갈 무렵 사무실에서 교재를 만들기 위해 공부를 하다 다차원에 대한 영상을 보게 되었는데 그 세계라면 내가 고차원의 존재를 인지하지 못하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며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을 포기하려는 순간 지푸라기 하나가 저 멀리 우주로부터 나타난 것이다. 꽉 막힌 생각에 지푸라기 빨대만한 구멍이 숨통을 트여줬다.
그러나 내가 집에 돌아가기 위해선 이것만으로 부족했다. 난 여전히 믿고 싶은 것을 믿기 위해 안간힘을 쓴 것뿐인 것이다.
이 땅에서의 태어남과 죽음이 천국이나 지옥 혹은 다차원의 세계로 가는 여정의 어떤 중요한 시공임을 확신해야만 내가 살 수 있는 것이었다. 여전히 난 왜 내가 이 세상을 그토록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야 하는 가에 대해 의문을 해결하지 못한 것이다.
지옥에 가지 않기 위해서? 혹은 천국에 가기 위해서? 혹은 신이라는 거대한 창조자에게 엎드리고 조아리는 보시기에 좋은 피조물로 간절히 인정받기 위해서?
난 여전히 신에게 그리고 나에게 질문하고 갈구한다. 왜 창조하신 겁니까? 이 땅에 왜 태어나게 하신 겁니까? 모든 것을 다 아시는 분이시며 모든 것을 계획하시는 분께서 인간들의 타락과 죄를 모르실리 없으실 텐데요. 저에게 세상은 고통입니다. 돌이켜 보건데 즐겁고 행복한 기억과 기분들은 항상 짧았고 늘, 대부분은 고통이었습니다.
깊은 고독과 우울 속에서 계속해서 질문해왔고 그래도 살아가다보면 언젠간 알게 되지 않을까 생각하며 견뎌온 시간들조차 한낱 정이든 반려견의 죽음 앞에선 무용지물인 것 같습니다. 차라리 주질 마시지 왜 저에게 오게 하셨습니까... 좀 더 좋은 주인을 만났으면 그녀석도 좋지 않았겠습니까... 왜 저처럼 무심하고 나약한 사람에게 생명을 보내주신 겁니까..
저는 욥의 믿음을 갖지도 못했고 그처럼 생각할 수도 없습니다. 사랑하는 가족들을 데려가시고서 몇 배나 되는 부와 식구들을 새로 주신다 해도 저는 그런 것들을 바라지 않습니다. 그저 살아가는 동안 서로가 서로를 사랑하고 아껴주길 바랄뿐입니다.
잠시나마 닮은 인형이라도 사서 집에 둘까 생각했었던 적도 있었지만 이내 누군가가 혹은 무엇인가가 그 빈자리를 대신 채운다는 것이 나에겐 짜장이에 대한 배신처럼 느껴졌다. 앞서 말했듯 난 욥이 될 수 없다.
하지만 동시에 생각에 지푸라기 빨대 구멍을 내주신 신께 감사하고 있다. 난 어디까지나 무에서 유가 만들어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모든 것에는 원인과 이유가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초월자로서의 존재를 믿는다. 다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가 우리가 말하는, 우리가 알고 있는 종교 속에 갇힌 존재는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 살아봐야겠다는 생각도 동시에 하게 되었다. 더 공부하고 더 알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다짐도 하고 있다.
시간이 약일 수도 있어 다시금 내가 생각을 정리할 수 있게 된 것일 수도 있겠으나 잠시나마 여동생의 도움으로 펑펑 울고 나니 기분이 한결 나아진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마음속으로부터 아끼는 사람들의 큰 사건사고가 나를 다시 현실의 세계로 이끌었다.
정신 차려라! 정신 차려라! 정신 차려라!
지금 그렇게 너만의 우울에 잠겨있을 때가 아니다. 어서 눈물을 훔치고 일어나 주변을 둘러보아라. 그리고 너의 손을 찾는 곳을 찾아라. 너는 네 생각보다 그렇게 열심히 산 게 아닐 수도 있다. 지금이 최악이 아닐지도 모르며 최고의 행복감과 만족감을 한낱 먼지 같은 과거에서 찾으려고도 하지 말라. 사랑을 아끼지 말고 표현을 멈추지 말라. 너는 네 생각보다 훨씬 더 괜찮은 삶을 살아갈지도 모른다. 그 기회를 내팽개치지 말라.
어쩌면 또다시 시작되는 막연한 미래에 대한 기대감일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의 이러한 생각은 어릴 때의 그 막연한 동경과 희망이라기보다는 살아온 나날들의 기억들과 감정들로 비롯된 미래의 확신이라고 생각한다.
죽음은 그 어느 누구도 대신 해줄 수 없지만 죽음 후엔 대신할 수 있는 것들이 생긴다는 것을 이제는 알고 있다. 하물며 살아서, 산자들이 산자들을 위해 그리고 새로이 태어날 산 존재들을 위해 준비할 수 있는 것들도 있지 않으랴.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그리고 과거의 고통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또 행복을, 사랑을 찾기 위해 결코 지지 않을 것입니다. 당신이란 존재를 전 여전히 궁금해 하고 있으며 난 당신이 있는 그 곳을 반드시 가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곳이 황금과 보석으로 꾸민 헛된 성이 아닌 황금과 보석처럼 빛나는 참 자유와 평화로 가득한 완벽한 순간이길 기도합니다. 소름끼치도록 아름답고 찬란한 그 순간이 오면 난 기꺼이 내가 짊어지고 살아온 짐들과 죄의식들을 내려놓을 수가 있을 것만 같습니다.
먼저 떠난 이들 앞에 부끄럽지 않기 위해 그리고 당신을 만나기 위해 지금 이 순간 기도하고 다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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