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에 승자는 없다 / No war in Ukraine
성냥팔이 소녀를 위하여
대학시절 졸업작품으로 성냥팔이 소녀를 위하여라는 애니메이션을 동료들과 만들었었다.
625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안데르센의 동화 성냥팔이 소녀 동화의 컨셉을 가져와 만든 가상의 이야기로 소녀는 전쟁 속에서도 순수한 사랑을 꿈꾸지만, 성냥 한 개비가 타오르고 금새 시들어 버리듯 전쟁이란 것은 결국 모든 것을 앗아간다는 줄거리를 갖고 있다.
최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 전쟁에 관한 뉴스들을 접하며 불현 듯 그 시절 스토리 작업을 위해 자료수집을 하던 기억들이 떠올랐다.
한국전쟁에 관한 이미지들과 함께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더 피아니스트(The Pianist / 2002) 그리고 로케르토 베니니 감독의 인생은 아름다워(Life is beautiful / 1997)란 작품을 주로 참고했었다.
당시 내 나름대로의 기조는 '무거운 주제지만 너무 무겁지 않게 표현 해보자'였는데 지금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한 참혹한 현실들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하게 되면서 전쟁을 직접 겪어보지 않은 세대로서 나의 이런 생각 자체가 참으로 가볍고 얕았구나 하는 생각만 든다.
그래서 내 나름대로 그림 그리는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행동을 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전쟁반대 캠페인을 위한 색칠도안을 만들어서 SNS에 올리기도 했으나... 얼마나 그들에게 도움이 될런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우크라이나 국민들을 위해 멀리서 촛불 하나 들고서 진심으로 이 전쟁이 빨리 끝나기를 바란다는 마음을 전할 뿐이다.
평화를 말하는 자와 전쟁위협으로 겁박하는 자
한편 이 문제를 갖고서 우리의 자주국방의 능력을 깎아내리고 선제타격이니 핵보유니 하는 헛소리를 늘어놓는 정치인이 있다.
나는 전쟁을 비롯한 모든 종류의 폭력에 대해 반대한다.
나는 평화를 전제로 강력한 자주국방의 힘을 통해 전쟁을 억제하는 고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력의 말씀이 전적으로 옳다고 생각한다.
스스로를 지킬 힘도 없으면서 주변 강대국들이 유사시에는 사드로, 핵으로 날 도와줄 것이라고 기대하는 건 현명한 외교도 튼튼한 안보의식도 아닌 그냥 미성숙하고 무지한 어린애 같은 발상일 뿐이다.
작금의 우크라이나 사태를 보아도 침공의 당사자인 푸틴의 러시아나 바이든의 미국은 결국 강대국으로서 자국의 득실을 따져가며 판단하고 개인의 권력과 이해관계를 따지다 이 지경이 된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 일제식민지의 역사와 625 한국전쟁 또한 강대국들 사이에 낀, 스스로를 지킬 힘도 없는 약소국으로서 전쟁과 식민지배의 참혹한 피해를 우리 민족들의 피와 죽음을 통해 온몸으로 받아낸 아픈 과거이자 현재라고 생각한다.
값비싼 평화가 전쟁보다 낫다.
흔히들 역사는 승자의 것이라 한다. 하지만 이게 과연 옳은 말일까?
특정한 개인과 세력들이 서로 부딪히거나 혹은 일방적으로 한 나라를 침공하고 주권을 침탈하는 행위가 벌어진 뒤 승자란 것이 존재하기나 할까?
전쟁을 벌인 나라의 시민도, 전쟁으로 인해 깊은 상처를 입은 나라의 시민도 각각 그에 상응하는 작용과 반작용의 원리에 따라 고통과 슬픔을 지닌 체 살아가게 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정작 전쟁을 벌인 권력자들은 거짓 명목, 거짓 명분 뒤에 숨어서 호의호식하기 마련이다.
전쟁이라는 폭력을 통해 권력과 자본이 특정 개인, 특정 집단에 집중되도록 하는 것이 전쟁사업인 것이다.
모든 전쟁에 대의란 없다. 오직 숨은 권력들의 이익싸움의 숨바꼭질 속에서 시민들만이 값비싼 희생을 치르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일반 시민들의 선택지는 당연히 하나여야만 한다. 나의 값비싼 희생을 전쟁이 아닌 평화를 위해 사용하는 것이 나와 우리를 위해 훨씬 더 나은 이익인 것이다.
나는 아테네인도 아니요, 그리스인도 아니다. 나는 세계의 시민이다.
소크라테스가 남긴 말로 알려져 있는 이 명언은 당시엔 어떤 의미로 사용되었는지 정확히는 알 수 없으나 지금의 나는 ‘특정한 장소에 거주하며 관습, 법, 제도, 언어, 종교 등을 둘러싼 어떤 개인이나 집단의 의견과 욕망, 맹목적인 믿음을 거부하고 의문을 제기하며 정신과 상상력의 자유를 주장’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나는 요즘 세계의 시민으로서의 역할과 의무 같은 것들에 대해서도 조금씩이나마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라는 개념이 작게는 친구, 가족 등이 될 수 있을 것이고 크게는 민족, 나라가 될 수 있다면 지구에 살고 있는 시민으로서의 ‘우리 세계시민’에 대해서도 더 크게 확장해서 생각해 볼 일이라는 생각이기에 나는 세계의 시민으로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반대한다.
추신 1.
앞에 언급한 ‘성냥팔이 소녀를 위하여’의 마지막 장면은 성냥 바구니를 불태우며 전쟁으로 폐허가 된 자신의 보금자리를 떠나는 장면으로 마무리가 된다.
당시 영화진흥위원회 프레젠테이션 자리에서와 대학 영상제에서 이게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 질문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당시에는 현실을 직시하는 어른이 되는 장면이라고 말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 만약 우크라이나 국민들 중 누군가가 묻는다면 이런 의미라고 이야기 해주고 싶다.
‘전쟁의 상흔을 털어내고 희망의 한 걸음을 내딛는 장면이 되길 바란다’라고.
추신 2.
사진 마음대로 공유하셔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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