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와 떡 / 우는 사람
예전에 경희대에서 강의할 때 정말 열심히 가르쳤었다.
교수가 아니라 만화, 애니메이션을 하는 선배의 입장에서 1대 1로 맞춤형 커리큘럼을 세웠는데 1학년부터 4학년까지 다 듣는 수업이다 보니 그들의 위치와 하고 싶은 작업 방향, 졸업을 앞두고 있는 상황 등을 모두 고려해서 다양하게 준비를 해야 했었다. (심지어 타전공 학생도 있었다...;;)
모두들 마음에 드는 친구들이었지만 또 한편으론 속 썩이는 아웃사이더 둘이 있었다.
그 둘은 단짝으로 비싼 등록금을 냈음에도 수업 안 나오기를 밥 먹듯 했고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제발 좀 나와서 상담이라도 하라고 했다.
결국 상담을 하게 되었고 대학 생활에 적응을 못해서 그랬다. 앞으론 잘 하겠다. 뭐 이런 얘기를 했었던 것 같다.
성적평가를 해야 하는 몇 주 안 남은 상황에서 난 그들에게 그럼 하고 싶은 걸 생각해서 기획안이라도 제출해라 그러면 F는 주지 않겠다, 등록금이 아깝지 않느냐고 설득했다.
그 둘은 고맙다고 하며 꼭 과제를 제출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 둘은 결국 아무것도 내지 않았고 조교를 통한 내 연락도 계속 무시했다.
난 그 둘에게 에휴... 나도 대학생 때 저랬었지 뭐... 어쩌겠나... 아직 철이 덜 든 것을... 이라 생각하며 D를 줬다. 음...???
내가 잘 몰랐는데 D가 F보다 안 좋은 것이란 것을 나중에서야 깨달았다. 재수강 불가...
학생들이 해준 강의 평가에서 예술대 거의 탑 수준이었는데 그 둘은 반대로 나에게 최악의 수업 평점을 줬다. 그런데도 평점이 탑 수준이었다는 것은 안 비밀~
난 일은 센스 있게 잘 못해도 성실한 사람을 좋아한다.
또 반대로는 입으로만, 말로만 떠드는 사람들 거기에 더해 그 ‘말’로 인해 다른 사람의 귀한 시간을 낭비하게 하는 사람들을 매우 싫어한다.
비단 강단에 섰을 때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만화나 미술계에 몸담고 있으면서 또 사업을 하면서도 그런 부류의 사람들은 언제나 존재했다.
예전 이삼십 대 때엔 우는 사람한테 떡이 간다고 생각했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현재의 난 울기만 하는 사람에겐 떡 줄 생각이 전혀 없다.
어설프고 때론 거칠지만 뭐라도 하고 있는 사람들을 응원하고 떡 하나라도 더 줄 생각을 한다.
왜 갑자기 이런 글을 쓰게 되었냐면 오늘 지사들이랑 개인 톡이나 전화상담을 하면서 또 새삼 그런 부류의 사람들이 있어왔었다는 것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열심히 하는 지사장들이 있고 말로만 일하는 지사장들이 있다.
그리고 난 그 과정과 결과를 모두 지켜보고 있는 중이다.
누군가에겐 떡을 주고 싶은 마음이 있고 또 누군가에겐 D를 줄까 F를 줄까 고민 중이다.
내 성격이 모진 편도 아니고 인내심도 좋은 편이긴 한데 거참... 역시 많은 사람들과 함께 일 한다는 건 역시나 피곤한 일인 듯 싶다.
언젠간 성적평가를 해야 할 것이겠지만 일단 그래도 코로나 시대니까 또 속으로 삭히면서 그래도 또 기회를 줘야겠지? 하며 참아본다.
아무튼 오늘 회원작품 소개 2월분도 다 마쳤고... 교재장의 재고 정리도 다했고... 다음 주 있을 본사회의 준비도 다 했고... 이번 달은 유독 좋은 작품들이 많아서 월간 우수작품 소개는 5~6편으로 좀 늘려서 편집해 올릴 예정이긴 한데 다음 주 중에 교재개발 마감이 있어서 일단 주말에는 빡시게 교재개발을 해야 할 것 같다.
사실 미얀마 시민 민주화 운동을 지지하는 작품도 그리고 싶은데 정말 짬이 안 나네...
아무튼 사실 타자가 아닌 나에게도 하고 싶었던 말이긴 한데 ‘울 시간도 지칠 시간도 없다. 그 시간에 더 잘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열심히!! 성실하게!! 인내심을 갖고 항상 최선을 다하자!!!’이다.
누군가가 줄 떡을 기다리기 보단! 왜 나에겐 떡이 안 떨어지냐고 불만을 갖기 보단!! 내가 그냥 그 떡 만들어서 모두 같이 나눠먹고 말지. 차라리 그게 속 편하지!!!
어쨌든 일단 오늘 일은 이걸로 마감치고 맥주 한 잔 하련다.
추신. 사진은 별 상관은 없긴 한데 뭐라도 이미지 한 장은 올려야 해서 그냥 같이 힘내자는 의미로 주먹 불끈 쥔 손 2017년 수채화와 파스텔 혼용 작품 ㅋ
#D와떡 #우는사람 #D학점 #F학점 #열심히살자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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