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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리뷰

우라사와 나오키의 만화 마스터 키튼 2권 중 챕터 5 지붕 밑의 파리 편

우라사와 나오키의 만화 마스터 키튼 2권 중 챕터 5 지붕 밑의 파리 편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우라사와 나오키 선생님의 만화를 좋아했었는데 그 중에서도 마스터 키튼(master keaton)이라는 책을 요즘 다시 짬짬이 다시 읽고 있다.

 

예전에 경희대에서 디지털 카툰이라는 강의를 맡았었는데 학생들에게 항상 한 챕터(chapter)의 도입부인 시작 그리고 마지막은 항상 인상적이어야 한다고 가르쳤었다. 그때마다 마스터 키튼은 항상 좋은 예시었다.

오늘 소개할 챕터는 마스터 키튼 2권 중 다섯 번째 스토리 <지붕 밑의 파리> 편이다. 이야기의 시작은 키튼의 대학생 시절의 은사인 유리 스콧 교수의 젊은 시절의 일화로 시작한다.

 

‘1941년 런던 대공습...... 선생님은 그곳에 계셨다.

일주일에 한 번 강의하시던 사회인 대학도 전소(全燒)...... 달려간 선생님은 학생들과 구조 활동에 매달렸다.

손이 닿는 모든 사람을 구하고 난 후 선생님은 그을음 때문에 새까매진 얼굴을 씻지도 않은 채로 책을 펴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 여러분. 수업 시작합니다. 아직 15분 남았어요!‘

 

작중의 주인공인 키튼은 고고학자로서 강단에 서고 싶어 하지만 학자로서의 일은 잘 안 풀리고 오히려 보험 조사원이라는 직업은 그의 해박한 지식과 군에서의 생존 전문가로서의 경험을 통해 자의와 달리 탁월하게 발휘된다.

 

이 이야기에서도 작고 허름한 시민 학교에서 마을 주민들을 대상으로 고고학에 대한 강의 일을 겨우 하고 있었으나 이마저도 며칠 뒤 문을 닫게 되는 상황. 40년간 학교를 운영해 온 원장님이나 키튼 본인 그리고 수강하시는 어르신 분들도 모두 아쉬워했지만 자본주의 시대의 흐름에 떠밀려 학교를 허물고 새로운 양로원을 지을 예정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시민학교의 수업에서 키튼은 학생들의 좋은 질문?을 받고선 수업시간이 5분밖에 안 남았으니 다음에 계속 하자고 대답한다. 작품의 도입부에서 표현된 키튼의 스승인 유리 스콧 교수님과는 사뭇 대조적인 장면이다.

 

이때까지 키튼은 개인적이고 현실적인 고민들과 더불어 학교가 사라지는 문제들까지 얽히면서 그저 외부적인 요인 때문에 어쩔 수 없지라고 생각했는데 어떤 계기로 다르게 반응하기 시작한다.

 

그것은 바로 오랜만에 방문한 딸과의 대화를 통해 가난했던 학생시절 무한한 배움의 기회를 만들어 주신 스승의 배려와 과감히 옥스퍼드 교수직을 버리고 자신의 꿈과 신념을 위해 떠난 유리 스콧 교수님에 대한 회상이었다.

 

다시 현재로 돌아와서. 딸과의 대화를 통해 과거 스승의 가르침이 떠오른 키튼은 건물 철거 준비를 위해 수업 중 무례하게 들어온 장관과 관계자들에게 잠시만요. 지금은 수업 중입니다!”라고 말했고 관계자가 그래봤자 겨우 10분밖에 안 남았잖아.”라고 하자 아뇨, 아직 10분이나 남은 거죠!”라고 대답한다.

 

나는 왜 갑자기 마스터 키튼의 이야기 중 이 챕터가 마음에 와 닿았는가를 생각해봤는데 바로 다음과 같은 장면이 있어서였다. 첫 도입부에서의 유리 스콧 교수의 젊은 시절로 돌아가자면 학생들과 함께 사람들을 구조하는 활동을 마친 뒤 유리 스콧교수가 제자들에게 한 말은 이렇다.

 

적이 노리는 건 이번 공격으로 영국 국민의 꿈과 희망을 꺾는 일이에요. 여기서 우리가 공부를 포기한다면 그게 바로 히틀러가 바라는 대로 되는 거죠! 이런 때일수록 더 배우고 새로운 문명을 쌓아야 해요.”

 

그리고 그에 화답하듯 키튼 또한 시민 학교에서의 마지막 수업에서 이렇게 말한다.

 

인간은 평생 배우고 또 배워야 합니다. 인간에게는 호기심..... 아는 기쁨이 있습니다. 이력을 쌓거나 출세하여 장관이 되기 위해 배우는 것이 아닙니다. 그럼 어째서 계속 배워야 할까요? ........ 그것이 인간의 사명이기 때문입니다.”

 

원래 텔레비전을 잘 안 보는데 평소에 유투브로 즐겨보던 도올TV 채널에서 KBS에서 시작하는 도올학당 수다승철이라는 프로그램이 시작한다는 것을 알게 되어 다시 보기를 통해 봤다. 그 프로그램에서 여러 중요한 말씀과 대화가 오고갔지만 도올 선생님께서 공자의 말씀을 설명해 주시던 중 가르침과 배움은 서로를 자라게 한다는 말씀이 와 닿았다.

 

지금의 나는 직접 누군가를 가르칠 일이 없지만 대학 강단에 섰을 때나 문화원, 고등학교 기간제 선생님을 할 때 가르치기 위해 열심히 공부를 했었던 기억이 여전히 남아있다. 지금은 그림샘의 미술 교재를 만들기 위해 공부를 하고는 있지만 사람을 마주하면서 배우게 되는 상호작용이 없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지난 번 남해 독일마을에 이어 이 글을 적게 된 건 역시 또 코로나 때문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로 우리 회사는, 지사와 선생님들은 가르침을 멈추고 있는 상태이고 반대로 그림샘의 회원들도 배움이 멈춘 상태이다. 서로 격려하고 끝까지 잘 견뎌보자고 카톡이나 문자로 주고받지만 메르스 때도 그랬었듯 그 끝을 알 수 없다는 두려움이 항상 존재한다.

 

작중의 유리 스콧 교수님이 런던 공습 때 학생들에게 했던 대사를 이렇게 바꿔본다.

 

코로나가 노리는 건 이번 공격으로 우리 국민의 꿈과 희망을 꺾는 일이에요. 여기서 우리가 공부를 포기한다면 그게 바로 우리의 적들이 바라는 대로 되는 거죠! 이런 때일수록 더 배우고 새로운 문명을 쌓아야 해요.”

 

우리는 지금 어쩌면 성장이 멈춰있는 상태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비온 뒤 땅은 굳기 마련이고 깊은 어둠이 지나면 반드시 아침이 찾아왔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여러분들이 방문미술 그림샘의 선생님으로서 그리고 제자로서 함께 했던 그 가르침과 배움의 기억을, 그 즐거웠던 경험을 잊지 않는다면 이 위기가 지난 뒤 반드시 다시 웃으며 초인종을 누르는 순간이 찾아올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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