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가족 나들이 첫째 날 / 기린 미술관 / 2022년 6월 11일
사실 올 6월 달에 다녀온 거라 별로 기록을 남길 필요는 없었는데 제주도 여행 후기 정리를 마치고 SNS에 글을 올리려던 순간에 다음 카카오 홈페이지 오류사태가 발생해서 딱히 할 것도 없고 지난 여행 후기나 더 정리하자고 마음먹었다.
원래 전주에 내려간 목적은 친척 남동생의 결혼 때문이었는데 사실 솔직한 맘으로 가고 싶지가 않았더랬다.
서울에서 전주까지의 거리가 문제가 아니라 그 녀석이 나랑 열다섯 정도 차이가 나는데 노총각인 내가 굳이 가서 축하를 해줘야 하나... 가서 또 친척 어르신들이 너는 왜 장가 안 가냐 그 말씀 하실 게 뻔한데... 그냥 축의금이나 보내고 말지 했더랬다.
그런데 또 가족들이 앞으로 계속 전시다, 행사다 해서 바쁜데 같이 오랜만에 고향 나들이를 가자는 말에 훅하고 넘어가서 가게 되었다. 결국 식장에 앉아 있기는 좀 불편해서 인사만 하고 밖으로 나와 차 안에서 대기 타다가 밥 먹을 때 다시 들어갔더랬다.
식을 마친 뒤 향한 곳은 전주 기린미술관. 마침 아버지가 전주 기린미술관에서 단체전을 하고 있었더랬다.
전시장이 있는 곳은 굉장히 사람도 많고 길도 좁은 복잡한 번화가였는데 작은 인사동 같은 느낌 혹은 천호동 먹자골목 같은 느낌적인 느낌? 이었던 것 같다.
나중에 검색해보니 전주 영화의 거리라고 하는데 아기자기, 반짝반짝 한 느낌으로 기억하고 있어서 다시 전주에 가게 되면 둘러볼 만 하겠다 싶은 생각이다.
상당히 세련된 이미지의 거리였고 젊은 사람들이 많았는데 비가 보슬보슬 내리고 있던 차여서 거리의 사진은 촬영을 못하고 바로 미술관으로 직행했다.
건물의 첫인상이 좀 달갑지 않았던 것이 유니클로가 1~2층 매장을 전체로 사용하고 있는 것 같았는데 불매운동도 불매운동이지만 여기는 미술관 이름은 잃어버리고 만날 유니클로 건물로 불리겠구나 싶었다.
기린 미술관은 3층에 있었는데 원래 일반 사무실로 사용하던 것을 갤러리로 개조한 것인지 내부 구조가 좀 특이했다. 공간에 비해 조명 수가 너무 적어서 약간 어두웠고 그나마 조명이 화이트 톤이 많아서 약간 차갑고 건조한 느낌이 들었더랬다.
잠시 동안 관람을 한 뒤 좀 멀리 떨어져 있는 친척 이모네 가게로 향했다.
몇 년 만에 친척들을 만나는 거라 처음에는 좀 서먹했는데 가게 한편에 테이블을 늘어놓고 맥주 한 잔 하면서 이런저런 옛날이야기를 하다 보니 또 어느새 친해져서 이야기꽃이 활짝 피었더랬다.
물론 중간에 내 장가 얘기가 나와서 또 잠시 불편해질 수도 있었지만 그냥 웃으며 농담으로 얼버무렸더랬다.
이모네 가게가 한적한 시골에 있었는데 나와서 담배 한 대 피면서 보니 참... 이곳이 시골이고 이런 곳이 고향이구나 하는 편안한 마음이 들어서 잠시 동안 풀벌레 우는 소리를 듣고 서있었던 기억이 난다.
추신. 영상 말미에 풀벌레 우는 시골 영상을 삽입해 두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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