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건 매버릭 (Top Gun : Maverick) / 스포있음
오랜만에 본 영화리뷰. 지난 주 토요일 저녁에 혼술 하다가 급하게 내일 영화 한 편 보실래요? 라고 부모님에게 의사를 여쭤본 뒤 요즘 뜨겁다는 범죄도시2와 탑건2 중에 어떤 걸 보시겠냐고 물었다.
아버지는 범죄도시 쪽이었는데 어머니께서 폭력적인 걸 안 좋아하셔서 탑건을 선택하게 되었고 탑건의 인기가 엄청 많았는지 원하는 좌석과 시간을 선택할 수가 없어서 겨우겨우 일요일 오후 4시 그리고 앞에서 셋째 줄이라는 엄청 목이 아플 거로 예상되는 좌석만 예매할 수 있었다.
상영관은 CGV 굽은다리역에 있는 천호점 imax 상영관을 선택했는데 (여긴 올 때마다 사람 헷갈리게 이름이 왜 굽은다리점이 아니고 천호점인지 모르겠다.) 영화는 시작부터 과거 1987년의 탑건1을 떠올리라는 듯 망망대해의 바다 위 항공모함에서의 전투기 이착륙 장면들을 나열하며 노스탤지어를 자극한다.
탑건은 미국 최고의 해군 비행 교육기관을 의미하고 매버릭은 영화 속 탐 쿠르즈의 이름이자 비행 시의 콜사인이기도 한데 매버릭이라는 단어의 사전의미가 개성이 강한 사람, 낙인찍히지 않은 송아지, 반체제의 독립독행하는 이단자 등으로 나오는 걸 보면 이미 이름에서부터 캐릭터 설정이 끝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야기는 인공지능 무인 조종시스템의 발달로 인해 이제는 점점 더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던 차의 매버릭 역의 톰 쿠르즈가 불가능하면서도 위험한 임무를 맡아 자신이 졸업한 훈련학교(탑건) 교관으로 부임하게 되면서 시작한다.
매버릭은 자신이 직접 이 임무를 맡을 것으로 알고 있었으나 단지 이 불가능할 것 같은 임무를 맡을 탑건 졸업생들을 짧은 시간 안에 교육시키라는 것뿐이었고 또 탑건 1편에서 매버릭이 사고로 잃은 절친한 동료 구스의 아들인 루스터 역의 마일스 텔러가 그 졸업생 중에 한 명으로 함께 와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매우 심난한 상황이다.
구스라는 동료의 죽음은 사고였지만 매버릭은 평생 죄책감을 갖고 있었고 또 구스의 부인의 유언에 따라 아들이 사관학교에 입학하지 못하도록 무려 4년 동안이나 탈락을 시켜왔었기 때문에 이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성장한 루스터 역시 매버릭에게 분노의 감정을 숨길 수가 없었던 터였다.
또 동료인 아이스맨이 4성 장군이 되어 있을 동안 매버릭은 평생을 진급을 거부하고 전투기 조종사로 살아온 이단아 같은 정체성을 갖고 있었기에 과거의 동료들 외에는 모두들 달가워하지 않는 상황 속에서 교관을 맡던지 아니면 명예제대를 하라는 강한 압박을 받게 된다.
그리고 안 좋은 일들은 언제나 한꺼번에 닥치는 법. 갑작스럽게 임무의 개시일이 일주일 당겨지는 돌발 상황도 생기고 늘 매버릭을 뒤에서 든든하게 지켜주던 오랜 동료였던 4성 장군 아이스맨 역의 발 킬머 마저 암으로 세상을 떠나게 되면서 매버릭은 더욱 더 설 자리를 잃게 된다.
(나중에서야 이 글을 쓰며 알게 된 사실이지만 실제로 발 킬머는 2017년 후두암 진단을 받으면서 기관절개술을 받아 투병 중이라 말을 하기 힘든 상황이었지만 톰 쿠르즈를 비롯한 동료들의 적극적인 설득으로 깜짝 출연을 하게 된 것이라고 한다.)
한편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 이 모든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중년이 되어 다시 만난 페니 역의 제니퍼 코넬리 만이 매버릭의 존재의 의미를 알아봐주고 용기를 북돋아 주면서 매버릭은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 모를 위험한 도박을 실행하기에 이른다.
아이스맨이 죽고 나자 사이클론 역의 존 햄은 평소 눈엣가시였던 매버릭을 해당 임무에서 배제 시키고 자신이 직접 탑건 졸업생들에게 임무를 내리게 되는데 자부심 넘치는 탑건 졸업생들 입장에서는 처음에는 웬 모르는 늙은 교관인 줄만 알았던 매버릭이 전설적인 비행기 조종사였던 것을 알게 되고 매버릭 역시 그동안 직접 비행기를 몰아 그들을 훈련시키며 그들에게 실력을 입증한 터.
매버릭이 세운 전략과 비교해서 사이클론의 전략은 비행기술에 있어서 안정성을 추구하지만 모두가 안전하게 살아서 돌아올 확률이 낮았고 매버릭이 세운 전략은 비행기술 자체는 불가능해 보여도 스스로의 감각을 믿고 성공만 한다면 모두가 살아 돌아올 수 있는 전략이었기에 졸업생들은 매우 심란한 상황.
그때 매버릭은 이단아답게 지휘관의 명령없이 자신이 직접 비행기를 몰고 나가 졸업생들이 그동안 교육 중에 실패해 왔던 그 임무의 연습을 자신의 전략대로 성공시키고야 만다. 환호하는 졸업생들 가운데 고민이 깊어가는 사이클론은 결국 자신의 커리어를 걸고 결단을 내리기에 이른다.
“생각하지 마. 그냥 해!”
성공확률이 낮긴 하지만 스스로의 감각을 믿고 임무에 임하는 탑건 졸업생들 그리고 매버릭!
사이클론의 허락으로 결국 매버릭은 직접 교육생들과 함께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 모를 목숨을 건 위험한 비행을 시작한다.
이후의 스토리는 굳이 정리하지 않아도 될 것 같고 이제 내 감상 포인트를 좀 적어 보자면 시작부터 끝까지 제트엔진 소리가 심장을 때리는 굉장한 오락영화라고 생각한다.
영화관 좌석 예매가 비록 너무 앞자리여서 목이 아프긴 했는데 또 이게 의외로 바로 화면 앞에서 보다보니 전투기 비행 장면에서는 1인칭 시점처럼 연결되어서 내가 비행기를 직접 운전하는 것 같은 몸의 긴장감, 뒤틀림 같은 것들이 생생하게 전달되어 몰입감이 좋은 나름의 장점도 있었더랬다. (그래도 어지간하면 4~5번째 줄에 앉는 게 좋겠다. ㅋ)
한편 중간 중간에 반복해서 등장하는 대사가 있는데 “그런 표정 짓지마.” 이다. 이 대사는 뭔가 애매한 상황에서 톰 크루즈가 상대방을 향해 보이는 겸연쩍은 표정 혹은 미소 같은 건데 여전히 톰 크루즈가 대단한 눈빛과 미소라는 마스크를 갖고 있음에도 내게는 무언가 과거 영광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안간힘처럼 느껴진 것은 사실이다.
이런 건 예전에 주성치 영화 중에 쿵푸 허슬을 볼 때도 느꼈었던 점인데 과거의 미남, 미녀형 배우들이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고 과거의 빛났던 순간들의 마스크로서 현재를 살아가는 젊은 관객들에게 과거와 똑같은 방식으로 개연성을 부여하는 건 좀 무리가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이 영화는 바로 그 지점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기도 하다.
인공지능으로 대체되는 시대로 접어드는 현재의 사람들에게 인간 개개인이 가진 고유한 정체성을 의심하지 말고 스스로를 믿고 그냥 행동라고 말하는 것이다.
어릴 때 삼국지를 읽다보면 아직 소설이 다 끝난 것이 아닌 것인 데도 후반부로 갈수록 소설의 주인공들이 하나 둘씩 사라지면서 흥미를 잃어버렸던 기억이 남아있다.
브루스 윌리스, 실베스타 스탤론, 주윤발, 성룡, 이연걸 같이 나의 어린 시절의 영웅들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지금 톰 쿠르즈 형님이 여전히 건재하다는 사실만으로도 고마운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부모님께서도 중국 영화도 아니고 어떻게 하나도 안 죽고 끝이 나냐면서 뻥이 좀 심한 것 같긴 하지만 재미있게 보시긴 했다고 하셨고 나도 한번쯤은 제대로 각 잡고 다시 보고 싶은 영화였다는 것으로 리뷰를 마무리 한다.
※ 이미지 출처 : 다음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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