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폭의 수묵화 같은 영화 자산어보 리뷰 / 스포있음
추석 기간 동안 부모님과 맥주 한 잔 하면서 본 두 번째 영화 자산어보 리뷰
이번에도 역시 집에서 올레TV 유료결제로 별점 높은 것 중에서 골랐다.
때는 순조 원년 1801년에 있었던 신유박해(辛酉迫害).
남인(南人)이었던 정약현, 정약전, 정약종, 정약용 형제는 나라의 근간을 어지럽히는 사학을 공부하는 대역죄인이라는 명목으로 박해를 받게 되고 이중 가톨릭교를 받아들이지 않은 맏형 정약현을 제외한 나머지 세 형제는 극심한 탄압을 받게 된다.
이중 둘째인 정약전과 넷째인 정약용은 아버지의 권유대로 천주학을 멀리하는 것처럼 따라 정약전은 흑산도로 그리고 정약용은 강진으로 유배 보내지는 것으로 일단락되지만 셋째인 정약종은 천주를 부정하지 못하고 참수를 당하게 된다.
“주자는 참 힘이 세구나”
형제를 잃은 깊은 슬픔도 잠시. 나라에서 죽은 사람이나 갓난아기에게까지 세금을 매겨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가는 섬마을 백성들을 목도하며 백성들을 위한 참 지식은 무엇인가를 고민하던 정약전은 장창대라는 한 청년을 만나게 된다.
창대는 정약전이 대역죄인으로 성리학을 제대로 이해 못하고 사학을 잘못 배워 이곳까지 유배되어 왔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속마음은 글공부에 도움을 받고 싶어 했고 마을에서의 어떤 사건으로 인해 별장에게 미움을 사 곤장을 맞고 관아에 갇히게 된다. 그리고 이때 정약전은 별장에게 전라 우수사와의 친분을 넌지시 이야기하며 창대를 감옥에서 꺼내주게 된다.
“너는 물고기에 대해서 어찌 그리 잘 아느냐?”
“워매, 물고기를 알아야 물고기를 잡응께요. 홍어 다니는 길은 홍어가 알고 가오리 다니는 길은 가오리가 앙께요.”
창대는 양반인 아버지에게 버림받은 서자(庶子)로 바다생물에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던 어부였고 정약전은 창대를 통해 백성들을 위해 자신이 공부해야할 새로운 지식에 대해 어떤 깨달음을 얻게 된다.
그리하여 정약전은 창대의 글공부를 돕기로 하고 창대는 약전에게 해양생물에 대한 정보를 나눔으로써 서로 스승과 제자의 관계이자 지식의 벗으로서의 관계로 발전하게 된다.
하지만 창대는 단순한 어부가 아니었고 글공부, 특히 그 중에서도 주자의 성리학을 세상 유일한 교리로서 신봉하며 언젠가는 자신도 출세해서 인정받고 말겠다는 욕망을 갖고 있었다.
“야 이눔아. 섬나라 왜놈들은 서양 배가 들어왔을 때 캐묻고 또 배워서 조총을 만들어서 임진년부터 수년간 조선을 쑥대밭으로 만들었어!”
“질문이 곧 공부야. 외울 줄 밖에 모르는 공부가 나라를 망쳤어!”
창대는 하찮은 물고기들이나 붙들고 있는 약전에게 선상님은 왜 강진에 유배가 계시는 정약용 선상님처럼 점잖은 책을 쓰시지 않느냐고 묻지만 이미 그는 인간의 도리가 공허한 담론에 있지 아니하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실사구시의 학문을 통해 백성들의 삶이 나아지기를 바랐다.
한편 창대는 수년간 정약전 밑에서 학문을 닦으면서 마을에서 학당도 열고 혼인도 하게 되지만 자신은 강진에 유배되어 있는 정약용의 목민심서의 길을 걸으리라 생각하고 있었다.
“서학이든 성리학이든 좋은 건 다 가져다 써야지. 나는 성리학으로 서학을 받아들였는데 이 나라는 나 하나도 못 받아들였다. 이 나라의 성리학은 누구를 위한 것이냐? 이 나라의 주인이 성리학이냐, 백성이냐?”
정약전 밑에서 수년간의 공부를 한 창대였지만 그의 꿈은 벼슬길에 오르는 것이었고 결국 섬을 떠나 양반인 아버지를 찾아가 간청한 끝에 양자로 호적에 올라 과거시험을 치러 진사가 되어 그토록 염원하던 벼슬길에 오르게 된다.
하지만 정작 새하얀 양반의 옷을 입고 본 세상은 수탈을 당하던 백성들 중에 하나였던 자신이 오히려 반대로 수탈을 하거나 묵인, 방관해야 하는 벼슬아치나 아전들의 입장이 된다는 절망적인 사실들뿐이었다.
“창대야 학처럼 사는 것도 좋으나 구정물, 흙탕물 다 묻어도 마다않는 자산 같은 검은색 무명천으로 사는 것도 뜻이 있지 않겠느냐?”
결국 배운 대로 못 살면 생긴 대로 살아야 한다고 말하며 관직을 버리고 다시 흑산도로 향하는 창대.
돌아가는 길 우이도로 이사한 스승의 집에 들른 창대는 스승의 작고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게 된다.
정약전은 제자인 창대에게 편지 한 통을 남겼고 창대는 흑산어보가 아닌 자산어보(玆山魚譜)의 의미에 대해 이해하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린다.
이준익 감독의 이 영화는 설경구, 변요한, 이정은, 민도희, 차순배, 강기영, 김정팔, 김준한, 이영석, 조하석, 이선주, 최현진, 김윤태, 정유미, 민태율, 윤슬, 이근후, 홍성오, 최재훈, 명계남, 정진영, 김의성, 방은진, 류승룡, 조우진, 최원영, 윤경호, 조승연 등의 배우가 출연한다.
연출도 연출이려니와 다들 연기들이 참 기가 막히고 특히 흑백의 이미지가 매우 아름다운 작품이다.
이미지 출처 / 다음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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