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의 노래 / 벵자맹 쇼 지음, 임영순 옮김 / 여유당
오랜만에 그림책 리뷰
원래 오늘은 집에서 쉬려고 마음먹었는데 아침에 일어나서 한 시간 정도 뒹굴뒹굴 하다 보니 금새 이건 할 짓이 못돼! 라고 생각하곤 나가서 뭐라도 하자라고 생각했다.
회사 일 약간, 지난 여행 기록 약간 그리고 작년에 사두고서 펴보지 못했던 그림책 한 권을 펼쳐 본다. //
코앞까지 다가온 겨울 그리고 울창하게 우거진 전나무 숲의 작은 동굴 안에 사는 아빠 곰과 아기 곰.
저 멀리 높이 솟은 하얀 산은 이미 겨울이 성큼 다가왔음을 알리고 있다.
“드르렁 드르렁 쿨쿨~” 아빠 곰은 벌써부터 코를 골며 겨울잠을 자려는 것 같지만 아기 곰은 아직 그럴 생각이 없어 보인다.
어디선가 날아온 꿀벌 한 마리를 쫓아 얕은 개울의 징검다리를 깡충거리며 쫓기 시작하는 아기 곰.
바로 곁에 함께 자리하고 있던 아기 곰이 사라진 탓에 썰렁한 느낌이 들어 잠이 깬 아빠 곰은 황급히 아기 곰을 찾아 나선다.
이미 해가 지고 있던 상황. 아빠 곰은 숲의 이곳저곳을 샅샅이 뒤졌지만 보이는 건 겁먹은 사냥꾼들과 나무꾼들, 놀란 토끼와 멧돼지 가족들뿐이었고 아기 곰은 꿀벌에 정신이 팔려 어느새 숲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이윽고 밤이 되었고 아빠 곰이 도착한 곳은 높은 고층 건물과 자동차들, 사람들로 혼잡스럽고 시끌벅적한 도시 중심가.
아기 곰과 닮은 뒷모습에 반색했던 아빠 곰은 이내 털모자를 쓴 사람의 아이임을 깨닫고선 실망하지만 다행히도 커다랗고 웅장한 돌기둥이 있는 오페라 극장으로 들어가고 있는 아기 곰을 발견하게 된다.
아빠 곰은 번쩍번쩍 화려하게 빛나는 극장의 실내 모습에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깜짝 놀랐지만 오히려 사람들이 더 겁을 먹고 놀라야 하는 상황.
하지만운 좋게도 아빠 곰이 옷걸이에 발이 걸리는 바람에 모자와 목도리, 지팡이 같은 것들이 몸에 자연스럽게 걸쳐져 마치 곰으로 분장한 배우처럼 보이게 된다.
한편 여전히 꿀벌을 쫓아 나선형의 계단을 따라 위층으로 올라가고 있는 아기 곰.
아빠 곰은 아기 곰의 흔적을 쫓아 극장의 이곳저곳을 찾아 헤매지만 배우들 대기실에서도, 분장실에서도, 무대 뒤와 재봉실에서도 찾을 수 없었고 마침 멀리서 들리는 아름다운 음악 소리를 듣게 된다.
음악 소리를 쫓아 공연장의 커튼 뒤 무대 고층까지 올라간 아빠 곰은 아기 곰을 찾기 위해 난간 아래로 고개를 내밀다 실수로 무대 위로 떨어지게 된다.
다행히도 샹들리에를 붙잡고 떨어져서 크게 다친 곳은 없었지만 이미 극장의 모든 관객들과 무대 위의 배우들의 시선은 아빠 곰을 향하고 있다.
뚫어져라 쳐다보는 사람들의 시선에 아빠 곰은 노래라도 부르라는 건가? 하며 착각을 했고 이윽고 어릴 때 엄마가 잠결에 부드럽게 불러주었던 곰의 노래를 시작한다.
“크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악악”
곰으로 분장한 사람이 아닌 진짜 곰이 나타났다는 사실을 깨달은 사람들은 사색이 되어 순식간에 공연장을 빠져나가기 시작하고 그 와중에도 아빠 곰은 아기 곰을 찾기 위해 곳곳을 살핀다.
“짝짝짝” 그때 객석 어딘가에서 들리는 박수소리.
아기 곰이 아빠 곰의 멋진 노래를 칭찬하며 박수를 치고 있었고 아빠 곰이 잔소리를 하기도 전 아기 곰은 꿀벌이 살고 있는 장소를 찾았다며 아빠 곰을 데리고 어딘가로 향한다.
밤하늘의 별이 반짝이고 있는 가운데 아빠 곰과 아기 곰은 오페라 극장의 옥상 위에서 누군가가 설치해 놓은 꿀벌 통을 끼고 누워 행복해한다. //
파리 오페라 극장 지붕 위의 꿀벌 통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었다는 벵자맹 쇼 작가의 곰의 노래는 글 없이 그림만으로도 충분히 아이들과 다양한 이야기 거리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작품이다.
특히 한 면의 크기가 세로 37cm 가로24cm 정도 되어 양면으로 펼치면 꽤 큰 사이즈인데다가 각각의 페이지에서 아기 곰이 어디에 있는지를 찾다보면 자연스레 동물들을 포함한 다양한 군중들의 개개 묘사를 확인하게 되는데 이 디테일이 정말 다양한 이야기의 가지들을 자라나게 하는 상상력의 자극제가 된다.
좋은 그림책이다. 다만, 곰을 싫어하고 벌을 좋아하는 친구들한테는 안 좋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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