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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진 (illustration)

Circle of Life

Circle of Life

 

2005년 대학원을 다니던 시절 외할머니를 집에서 모셨었다.

 

말만 대학원생이지 그냥 백수라서 할머니 케어를 내가 맡게 되었었다.

 

그 당시 거동이 불편하셨던 할머니께서는 화장실에 가는 것도 할 수 없어서 손자인 나에게 의지해서 대소변을 보셔야 했다.

 

그때 마다 항상 고맙다 아가, 고맙다 아가라고 말씀 하시곤 하셨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번은 내가 간난 아기 적에 외가댁에서 살 때 외할아버지께서 내 똥기저귀를 갈아주시곤 하셨다는 말씀을 하셨더랬다.

 

그 말씀을 들은 뒤로는 외할머니께서 대소변을 처리해 드리는 나에게 미안하다고 고맙다고 말씀하실 때마다 저 아기 때 할아버지가 똥기저귀 다 갈아주셨다면서요~ 쌤쌤이에요 쌤쌤~ 이라고 말씀드렸다.

 

그러면 할머니와 난 서로 헤에~ 하면서 멋쩍은 웃음을 짓곤 했다.

 

아무튼 내일 오후에는 회사에 반차를 내고 오랜만에 전주 외가댁에 내려간다.

 

외가댁 어르신들의 묘를 화장하고 이장해서 한 곳에 모시기로 했기 때문이었다.

 

사실 바쁘다는 핑계로... 사실 바쁘긴 하지만서도... 어머니만 내려가게 하시고 이장 비용을 좀 보태려고 했었는데 지난 주말에 여동생이랑 한 잔 하다가 모든 것이 핑계였다는 사실을 깨닫고 어머니 그리고 아버지도 함께 내려가기로 마음 먹었더랬다.

 

그래 시간이 없는 것이 아니라 시간은 만들어 내면 그만인 것이었다.

 

외할머니와 무척이나 많이 닮으신 큰 이모를 뵙고 인사도 드리고 할 수만 있다면 재롱도 떨어야지 하고 마음도 먹고 있다.

 

받은 만큼 돌려주게 되는 순환적 삶... 할머니를 모실 수 있어서 내 인생에 큰 의미가 생겼는지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른다.

 

나이를 먹을수록 열심히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답게 도리를 다하면서 제대로 살아야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추신. 첨부한 이미지는 외할머니를 모시면서 겪었던 감정과 사실들을 2005년 당시 대학원 다닐 때 다큐멘터리 일러스트 과제로 제작했었던 사랑만은 않겠어요란 작품의 일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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